두 분은 친구이자 공동 창업자시죠. 어떻게 창업을 시작했나요?
이승환 대표 |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그래요. ‘자연재해 당하듯 시작했다’고. (웃음) 대학생 때 인턴을 하던 기업의 창업 공모전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덜컥 당선되면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구윤모 디렉터 | 저는 이승환 대표와 같은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제품 디자인이나 공모전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의류 사이즈를 추천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IT 회사였습니다.
IT 회사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패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거예요?
이승환 대표 | 창업 직후 운 좋게 규모 있는 클라이언트들과 바로 계약을 맺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진행이 잘 안되는 거예요. 왜 안될까 파고드니 제가 패션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더라고요.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려면 우리가 직접 패션 사업을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이쪽이 더 잘 맞더라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
이승환 대표 |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가 남이 만든 무언가를 옮기기보단, 직접 만들고 기획하는 데 더 큰 흥미와 에너지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패션이라는 도메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역할도 ‘연결’이나 ‘플랫폼’보다는 ‘생산’과 ‘콘텐츠’ 쪽에 더 가까웠고요. IT 업의 본질은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수요를 파악해 적절히 공급하는 데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획하고, 그걸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데서 더 큰 의미를 느끼는 팀이었어요. 결국 두 사업을 병행하다가 1년쯤 지나고 나서는, ‘이제는 브랜드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죠.
해브해드는 ‘조립식 패션’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이승환 대표 | 고객이 옷의 소재, 디자인 등을 직접 선택하면 저희가 그대로 생산하고 배송하는 방식이었어요.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게 옷 생산 과정에서의 낭비와 비효율성이었거든요. 판매될 수 있는 양만 생산하면서도 퀄리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초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였나요?
이승환 대표 |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그때만 해도 초기 플랫폼이었던 29cm에서 바로 판매하기도 했고, 자사몰도 처음부터 방문자 수가 많은 편이었죠. 광고를 따로 돌리지 않아도 팔로우가 2만 명씩 늘고, 제품 출시하기 전에 설문조사만 해도 3천 명의 고객분들이 참여해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초기부터 브랜드의 팬덤이 생긴 거예요. 업계에서도 저희 시도를 신선하게 봐주시고 많이 다뤄주시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