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죠. 자연스레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도서 판매량이 높아지며, 텍스트힙*이라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어요. 서점을 문구점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몇 달 전과는 달리, 여느 때보다도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선반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년이 온다’부터 한강의 다른 작품들까지. 그리고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텍스트힙: 텍스트(Text)와 힙(Hip)의 합성어로, 글을 읽는 행위가 멋지다는 뜻
그런데 이 서점은 좀 다릅니다. 눈에 익거나 유명한 책은 보이지도 않고요. 마구 쌓여있는 종이 더미가 사실은 팔고 있는 책이래요.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더북소사이어티는 디자인과 예술에 특화된 서점으로,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외국 도서와 자주 출판* 서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Best Seller’라는 공식을 도외시하고 반대의 길을 걷는 더북소사이어티의 임경용 대표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자주 출판: 개인이 자발적으로 출판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 독립 출판으로도 불림.
브랜드 한 겹: 읽을 수 없는 책을 만들기로 했다
임경용 대표는 원래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영화 이론과 제작을 공부하며 일을 시작했는데, 그 시기에 영화 산업이 커지면서 점점 거대한 구조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영화 쪽 일을 하다 책을 접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는데요. 부산 영화제에서 자료 담당으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VHS로 오는 자료를 기자 등 관계자들이 다 볼 수 없으니까 그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룸을 만들었대요. 그곳을 관리하면서 출판을 해야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책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VHS: Video Home System의 약자로 ‘가정용 비디오 규격’을 말함. 카세트를 이용하여 동영상을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표준 규격
외국에서 보내는 자료들 가운데에 당시에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진(zine)*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요. 그게 뭔지 궁금해하는 와중에 우연히 대표님은 미술 행사(비엔날레)에서 일을 하게 되었대요. 진을 처음 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미술작가들은 진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북*을 유통하고 있었죠. 당시에만 해도 책은 어떤 정보를 담은 콘텐츠 용기같은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보라는 게 없는 책을 처음 접해봤대요. 정보가 없는 책이라는 것이 하나의 항목으로 분류되어서 시장을 형성한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고, ‘우리도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라고 해서 2007년 더북소사이어티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진(zine): 개인 혹은 단체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출판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음.
*아티스트북(artist’s book): 정보를 담는 그릇으로서가 아니라 표현 그 자체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새로운 형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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